힘들다고 푸념하는 일을 그만해야겠다고 깨달은 계기가 일주일안에 몇 차례 있었다.
첫번째는 빠얌이,
어머니가 쫌 더 내 고민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 입장이지
토로하는 입장이 아니신거 같아서, 라고 하신 말씀.
인생에 멘토가 있어본 적이 없다.
힘들 때 힘들다고 하면 자기도 힘들다고 받아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도 힘들었고, 그럼에도 또 울면서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기가 반복이었다.
힘든 것은 거짓이 아니었지만,
그 이후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내가 투정부린사람들 얼굴 보기가 힘들다.
옛날부터 종종 들어온 빠얌의 말들은, 나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왔었고, 이번에는 나를 바꿀 힘이 되었다. 힘들때마다 되뇌이는 것이다. 나는 이제 고민을 들어달라고 할 입장이 아니라 들어줄 입장이다..
솔직히 앞으로 부모님께 잘해드리고만 싶지만,
인간이기에 보여주신 미흡함들이 너무나도 큰 상처로 남았고 너무 오래 나를 괴롭히고 억압해왔다. 멘토가 되어주지 않으신거, 자신감,자존감을 떨어지게 하신 행동들, 지금도 마음속 깊숙히 미움이 남아있지만, 멀리 떨어져있어 이제는 뵐 때마다 얼굴에 세월이 묻어나시고, 하루하루 더해져가는 나이가 더이상 부모님 탓을 하지 못하게 한다..
스스로 해결해보자, 죽도록 책을 읽었었고, 책속에서 답을 얻지 못하여 책을 내던졌고,
나이가 먹고, 이렇게 듣게 된 말에서 위안을 얻고 비로소 나를 바꾸고자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더이상 그 누구에게도 푸념을 늘여놓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계기는 ㅂㅈㅅㅎㄷ 36회. (33:31)
살면서 하는 고민,
나만큼 방황한 사람이 또 있으랴 싶을 만큼, 나는 너무나도 사는 게 어려웠고 어렵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공감해주지 않았다.
(매일같이 늘여놓는 이야기를 들어준 소중하고 고마운 오랜 친구들을 제외하고)
다들 더 높이, 더 좋은 것을 향해 목적을 가지고 쉴틈없이 나아가는 현실 속에서
나만 뒤떨어지고 사회 부적응자에 이상한 아이라는 자책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오랜시간동안 찾아온 긍정의 말들을 들었다.
"
독일: 나이와 상관없이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게 정신이 살아있다는 거에요.
네팔: 그 자체를 불안하다, 불행하다 하고 자꾸 비정상이라고 하면 더 나빠지는 거에요.
"
한국에서, 치열한 경쟁사회에선, 그런거 생각할 겨를이 어디있냐고 다그침만 듣던 내게 너무나고 위안이 된 말. 고민을 하는 건 정상이고, 아마 죽을 때까지 고민을 하며 사는 것이 인생일 거라고 했다. 처음으로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고민을 하는 것이 이상한게 아니라는 위안, 자연스러운 삶의 한 과정으로 인정하고 나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이제,
너무나도 방황하던 나날이 ,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고, 살면서 자연스러운 과정을 겪으며 살아온 거라고, 그렇게 살고 있는 거라고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난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해주는 패널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나도 저 사람들이랑 같다. 동질감, 소속감. 그동안 갖기 힘들었던 그런 감정을 느끼며 얼마나 안도가 들었는지 눈물이 났다.
그동안에 책을 읽으며, 살아가며, 사람들과 고민을 토로해가며,
좋은 말을 한번도 듣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상황에,
일주일내의 이 말들이 왜 이렇게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지 나를 바꾸게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오늘은 또, 오늘의 책갈피: 헤르만 헤세의 <켈트루트>중에서,
젊음과 성숙을 우리는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다.
자기 중심주의가 끝날 때 젊음은 끝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 때 성숙은 시작되는 것이다.
가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이어,
다시 보고 있는 ㅎㅅㅂㄱ에서 상규가 들은 말에서 나를 보았다.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에 처할때 마다 세상과 사람들을 부도덕하다 탓하며
도망만 가는 나를. 이곳까지 도망온 나를.
그리하여 더이상 나는 도망가지 않고, 탓하지 않으며 더 나은 나,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위해 살아간다.
봄방학 동안엔 머리도 하고, 치마도 좀 사고, 학기 중엔 엄두도 못내던 지원도 하고,
운동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큐, 책을 조금 읽어야겠다. '시대정신'도 마저 다 보고.
한성별곡도 결말이 너무 안타깝지만 다시한번 곱씹어 보고 사극을 좋아하니까 '정도전'도 시작해서 봐야겠다.
조금만 더 버티면 한숨돌릴 수 있다.
조금만 더 힘내볼까?
^^
한국에 친구들, 가족들 너무 그립다..